- 난 삼십 살 먹기 전에 죽을거야. - ... 그 날은 드뷔시의 피아노 트리오 5악장을 치다가 뒤틀리는 음정에 뛰쳐나온 날이었다. 회전하는 거리를 삼켜낸 동공이일렁이며 탁해졌다. 감았던 눈을 다시 감았다. 초겨울 밤비가 시간마저 녹였다. 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말은 헝겊이 되어 나왔다. 데님과 하얀 맨투맨이 마찰했다. 넌 항상 그랬다. 내가 광활한 별들...
트리거워닝 해를 보지 못한 지 벌써 이 주 째 되었습니다. 해가 떠 있는지 알 도리가 없고요. 어쩌면 해가 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해를 보지 못했으니, 해가 떠 있을 확률 오십 프로, 떠 있지 않을 확률 오십 프로 겠죠. 마치, 동전던지기처럼 말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양자역학적으로요. 아원자 세계의 미시세계의 법칙을 거시세계에 적용시켰다는 게 꽤나...
서현은 [ 입시학원. 서울대생을 108명이나 배출한 페르마수학!] 이라고 요란한 간판을 달고 있는 학원 교실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박이는 소리가 지운의 귀를 간질였다. 봄에 풀밭을 뛰어다니면 발목에 닫는 강아지풀처럼. 그러나 겨울눈밭을 지나갈때 귓가에 스치는 날카로운 (그래서 마치 귀를 잘라 놓을것만 같은) 시베리아 기단에서 하강하는 기류처럼. 서...
선생님, 제게 진리를 알려주세요. 제가 아무리 고뇌하더라도 번뇌하더라도 전 알아낼 수 없게 될. 제 플래시 안에 세상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쓰레기통이 상에 잡히자 우욱거리며 전 몇 차례의 구역질을 해 내었습니다. 전 태생적으로 끔찍한 결벽증이 있었으니까요. 제 감각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건 꽤나 고역이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ㆍㆍㆍ 그런데 문뜩, 그런 ...
너를 잊었다. 세면대에서 친구가 선물해준 머스크향이 진하게 나는 폼클렌징으로 세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생각났다. 와, 미친. 어떻게 너를 잊을 수가 있지? 어떻게 너의 존재를 그렇게 깔끔하게 잊을 수가 있냐는 말이다. 내가 사랑하던 너를. 그 생각에 문득 달력을 살펴보니까, 다이어리를 뒤져보니까 드디어 의미를 알 수 없던 구절들을 이해할 수 있게...
샤넬은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조슈아는 아직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아무런 활력도 없는 메마른 땅이 보였다. 이 시간에 눈을 뜨면 베벌리 힐즈에선 항상 소란스레 북적거렸다. 여긴 그렇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 속에 빠져든다. 유타에 도착하면… 학교에 다시 다닐 수는 당연히 없겠지? 대학도 못 가겠지? 벤 앤 제리도 없을 ...
막상 운전은 떠넘겼지만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 함에도 순순히 동의한 모습을 보고 괜시리 죄책감이 들었다.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제 막 돌입된 시점에 조슈아는 여전히 쉬지 않고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지나 국도를 탔다. 새벽 세 시 쯤에 조슈아는 차량 시동을 껐다. 베벌리 힐즈를 벗어난지 한참이나 되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
손을 들었다. 가방 속 캔이 서로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찢어지며 울렸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소음에 샤넬은 들고 있던 손을 떨어뜨려 귀를 강하게 틀어막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무슨 연유로 내게 총구를 댄 걸까. 내가 무엇을 했다고. 샤넬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죄를 지어서 업보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 누군가가 샤넬과 말다툼을 했다고 해도 그...
다음날 오후 3시에 눈을 떴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밥을 먹었다. 친구들에게서 온 문자같은건 없었다. 핸드폰 전원을 켜고 차 시동을 걸었다. 아빠는 캐리어 안에 모든 재난필수품들을 넣어 보관하고 있었다. 그래, 아빠가 이걸 몰랐을 리가 없었다. 아빠는 자회사로 군수업체를 생각하던 중이었다. 이년 전쯤인가 말리부에 가서 아빠가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샤...
keshi-summer https://youtu.be/0nFnc67moMc 여름이 온 것 같다. 나는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제 나는 네 폐부 안에 네가 선물한 스위스 맥가이버 칼을 박아 넣기로 꼭 다짐했었다. 가능할 리 없는 헛된 희망을 애써 지우지 못한 자의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었다. 작은 우주 속 너를 만났다. 너는 그 속을 자유롭게 유영했다....
음산한 분위기의 집 안을 삐이익 소리가 매웠다. 만약 이 세상이 아포칼립스 영화였다면 마구 흔들리고 초점을 잃은 카매라 앵글에 잡혀 나와 키드가 불안한 표정으로 마당에 서 세상을 응시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사실 키드는 표정을 지을 수없다. 로봇이니까. 나는 최근 벌어지는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제는 땅이 갈라졌다. 오늘은...
“그래서,” 그 적막을 깬 건 프랫이었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뭘 어떻게 해.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엘레나, 현실부정하지 마.” “C!” “너도 알고 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무슨 말이야 그게.” “모르겠어? 지금 일어난건 전쟁이야. 단순한 자연재해라던가 그런 게 아니라고. 우리 지금 인터넷도 안돼. 연락도 되지 않아. 무려...
Ssi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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